워드프레스, 스무 해가 넘은 블로그 엔진을 지금도 써야 할까
블로그를 새로 만들 도구를 고를 때 워드프레스는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이면서, 동시에 가장 먼저 “낡았다”는 말을 듣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가장 흔한 도구
W3Techs의 2026년 10월 집계에서 워드프레스는 조사 대상 웹사이트의 약 40%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을 식별할 수 있는 사이트만 놓고 보면 점유율은 약 59%에 이릅니다. 2003년에 시작된 소프트웨어가 20년이 넘도록 이 정도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흥미롭습니다. 많이 쓰이는 도구에는 많이 쓰이는 대로의 이점이 따라붙습니다. 개발자로 일하다 보면 거대한 생태계 자체가 하나의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막히는 문제가 생겨 검색해 보면 먼저 같은 문제를 겪은 사람의 해결 방법이 이미 있고, 대부분의 호스팅 업체가 설치를 지원합니다. 테마와 플러그인을 만드는 개발자도 많아서 필요한 기능을 처음부터 만들지 않고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쌓여 도구의 사용성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물론 점유율이 곧 품질의 증거는 아니어서, 많이 쓰인다는 사실이 곧 좋은 도구라는 뜻으로 연결되지는 않기에, 이번 글에서는 오직 “블로그”라는 용도로만 좁혀서 워드프레스가 다른 블로그 플랫폼이나 웹 사이트 구축 프레임워크에 비해 가지는 장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블로그에서 태어난 소프트웨어
워드프레스는 2003년 매트 멀런웨그(Matt Mullenweg)와 마이크 리틀(Mike Little)이 b2/cafelog라는 블로그 소프트웨어를 이어받아 갈라져 나오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워드프레스가 처음부터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은 지금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글(post)과 페이지(page)가 구분되어 있고, 글에는 카테고리와 태그가 붙고, 최신 글이 위로 쌓이는 시간순 구조가 기본값이며, 글마다 고유한 주소인 퍼머링크(permalink)가 생기고, RSS 피드와 댓글 기능도 기본으로 들어 있습니다. 댓글 기능은 간단하게 설정을 통해 켜고 끌 수 있습니다. “범용 웹 사이트 빌더에 블로그 메뉴를 하나 얹은 도구”와 “처음부터 글이 중심이 되는 블로그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는 기능 목록이 같아도 유저 입장에서는 쓰는 느낌이 확연히 달라서, 글이 수십 편, 수백 편으로 늘어날수록 이런 기본 구조의 편리함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지금은 블로그가 아닌 용도로도 쓰이지만, 워드프레스의 뼈대에는 여전히 “글”이라는 단위가 놓여 있습니다.
2018년 12월, 워드프레스 5.0과 함께 구텐베르크(Gutenberg)라는 블록 에디터가 기본 편집기가 되었습니다. 단락, 제목, 이미지, 인용, 코드, 표, 임베드가 각각 하나의 블록이고, 블록을 끌어서 순서를 바꾸거나 자주 쓰는 구성을 패턴으로 저장해둘 수 있습니다. 처음 도입됐을 때는 불만도 많았지만, 여러 차례 개선을 거친 지금은 글을 작성하고 구성하는 과정이 한결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가장 단순한 편집기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마크다운으로 쓰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블록 편집기가 오히려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워드프레스의 강점은 편집기 하나가 아니라, 글을 쓰고 이미지와 표를 배치하고 초안을 다듬어 예약 발행하기까지의 과정이 하나의 작업 환경 안에 모여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글을 쓰는 손과 사이트를 만지는 손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블로그에는 생각보다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동 저장과 수정 이력, 이미지 크기 자동 생성 같은 편의 기능도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물론 서버나 네트워크 상태에 따라 모든 작업이 안전하게 보존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글쓰기에서 직접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상당히 줄여줍니다. 블록 편집이나 예약 발행은 워드프레스만의 기능이 아니고 다른 도구에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능을 직접 만들 필요 없이 설치한 순간부터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하게 말해보자면,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 개발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 도구를 설치하는 것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내 글의 거처를 내가 정한다는 것
워드프레스 소프트웨어는 GPL 라이선스로 공개된 오픈소스입니다. WordPress.org는 이 소프트웨어를 내려받는 프로젝트 사이트이고, 이를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방식을 셀프 호스팅(self-hosted)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소프트웨어를 Automattic이 대신 운영해주는 서비스는 WordPress.com이라는 별개의 이름으로 제공됩니다. 셀프 호스팅에서는 호스팅 업체와 도메인과 데이터 관리 방법을 운영자가 고르고, 글과 이미지와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접근해 백업하고 내보낼 수 있습니다. 이는 “내 글의 거처는 내가 정한다”는 의미와 닿아 있습니다. 티스토리나 네이버 블로그처럼 플랫폼이 운영하는 서비스는 특별한 개발 지식 없이도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정책이 바뀌거나 서비스가 흔들리면 글의 거처도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블로그를 몇 년 이상 꾸준히 운영할 생각이라면 이 차이가 가장 무겁게 다가올 것입니다.
서비스가 흔들리는 일은 국내에서도 있었습니다. 2003년에 시작한 블로그 서비스 이글루스는 2023년 6월 16일 운영을 종료했고, 이용자는 정해진 기간 안에 직접 글과 데이터를 백업해 새로운 거처를 찾아야 했습니다. 찾아보니 종료 이후에도 약 반년 동안 백업 기간이 주어졌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자신의 도메인으로 운영하는 워드프레스는 호스팅 업체를 바꾸더라도 기존 글의 주소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전 과정에서 주소 구조와 검색엔진 설정을 올바르게 관리하면 외부에서 걸어준 링크도 계속 작동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색 순위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버를 옮기는 동안 응답 속도나 크롤링 허용 설정, 대표 주소(canonical URL), 내부 링크가 달라지면 검색 결과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장 흔하게는 티스토리처럼 개인 도메인을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많이 있는 만큼, 워드프레스를 사용할지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점은 “단순히 자신의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주소에서 어떤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고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지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느냐”가 될 것 같습니다. 십 년 뒤에도 내 글이 지금과 동일한 주소에서 열리기를 바란다면, 주소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데이터를 직접 관리할 수 있다고 해서 언제든 손쉽게 다른 시스템으로 옮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데이터 통제권, 곧 데이터에 접근하고 백업하고 수정할 수 있는 권한과, 데이터 이동성, 곧 도구를 바꾸고 싶을 때 실제로 옮길 수 있는 정도는 다른 문제입니다. 플러그인이 자체 데이터베이스 테이블에 정보를 저장하거나 페이지 빌더가 전용 형식으로 콘텐츠를 저장하면, 워드프레스 안에서도 새로운 종속이 생깁니다. 워드프레스는 확실히 전자의 통제권에서 강하고, 후자의 이동성은 어떤 테마와 플러그인을 고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도 백업하고 이전을 시도할 권한이 운영자에게 있다는 점은 여전히 중요한 차이입니다.
물론 네이버 블로그에는 워드프레스가 가질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네이버 안에서 이웃 관계와 검색을 따라 독자가 흘러들어오는 구조, 서버와 보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가입하고 바로 쓸 수 있는 속도가 그렇습니다. 다만 그 편리함을 선택하는 대신 주소와 데이터에 대한 운영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블로그를 오래 운영할 생각이라면, 특히 오랜 시간 쌓은 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나 전문성을 만들어가고 싶다면, 저는 이 차이를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만큼만 확장하는 구조
워드프레스 공식 플러그인 디렉터리에만 수만 개의 플러그인이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검색엔진 최적화(SEO)는 Yoast SEO나 Rank Math, 속도는 캐시 플러그인, 거기에 백업과 보안, 이미지 압축, 다국어, 뉴스레터 연동까지, 필요한 기능은 대부분 이미 누군가의 손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테마를 교체해도 글과 페이지의 기본 콘텐츠는 유지되므로 디자인을 비교적 독립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물론 메뉴 위치와 위젯, 템플릿, 테마 전용 숏코드, 페이지 빌더에 의존한 부분까지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사이트를 오래 꾸밀수록 테마를 바꾸는 비용은 커집니다. 2022년에 나온 워드프레스 5.9부터는 블록 테마를 사용하는 경우 사이트 편집기(Site Editor)로 헤더와 푸터, 페이지 템플릿까지 코드 없이 고칠 수 있습니다. 개발자에게는 자식 테마(child theme)와 훅(hook)을 이용해 기존 구조를 활용하면서 기능을 확장할 방법도 열려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짜야 하는 도구와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틀 안에서만 쓰는 도구 사이에 이런 중간 지대가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실용적으로 느껴집니다.
RSS 피드는 기본으로 제공되어 독자가 리더 앱으로 구독할 수 있고, 고유주소(퍼머링크) 구조를 바꿔 글 주소에 영문 슬러그(slug)를 넣을 수도 있습니다. 워드프레스 5.5부터는 XML 사이트맵도 코어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므로, 사이트맵을 만들기 위해 SEO 플러그인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Yoast SEO나 Rank Math 같은 플러그인은 글마다 메타 설명을 설정하고 검색엔진에 전달할 정보를 더 세밀하게 관리할 때 쓰입니다. 물론 이런 기능이 검색 노출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SEO 기능이 풍부하다는 것과 기본적으로 SEO가 잘된 사이트라는 것도 다른 이야기여서, 잘못 만든 테마와 불필요하게 늘어난 카테고리·태그 페이지, 중복 콘텐츠, 느린 플러그인은 오히려 검색 노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검색엔진이 읽기 좋은 구조의 HTML을 내보내는 테마와 도구가 풍부하다는 점은 분명한 이점입니다. 소셜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바뀔 때마다 도달률이 출렁이는 것을 보면, RSS처럼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에 의존하지 않는 구독 통로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이메일 뉴스레터까지 확장할 수 있는 구조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기능을 넓히는 방식도 다릅니다. 티스토리는 스킨의 HTML과 CSS를 고칠 수 있어 꽤 자유롭지만 서버에서 돌아가는 코드나 데이터베이스까지는 손댈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네이버 블로그는 외부 스크립트 삽입이 제한되며 광고 수익도 네이버의 광고 서비스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버 환경을 제가 정할 수 있는 워드프레스에서는 뉴스레터 구독 폼, 회원 전용 글, 연재물이나 책 리뷰처럼 성격이 다른 글을 따로 묶는 커스텀 포스트 타입, 검색엔진 최적화를 위한 구조화 데이터, 주소를 바꿨을 때 옛 주소를 새 주소로 이어주는 301 리다이렉트까지 플러그인이나 코드로 직접 넣을 수 있습니다. 광고를 붙일지, 유료 구독을 받을지, 아무것도 붙이지 않고 깨끗하게 둘지도 운영하는 사람이 직접 정합니다.
블로그가 블로그 이상의 것이 될 때
블로그를 시작하는 데에는 사실 꼭 필요한 기능은 많지 않고, 위에서 다룬 기능 가운데 상당수는 블로그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진 뒤에야 필요해집니다. 개인 블로그가 몇 사람이 함께 쓰는 매체나 콘텐츠 서비스가 되는 순간이 그렇습니다. 워드프레스에는 관리자(Administrator), 편집자(Editor), 저자(Author), 기여자(Contributor), 구독자(Subscriber)라는 사용자 역할이 기본으로 있어서, 기여자가 쓴 글을 편집자가 검토한 뒤 발행하는 흐름을 기본 권한만으로 꾸릴 수 있습니다. 다만 검토 요청, 단계별 알림, 승인 이력 같은 체계적인 편집 워크플로까지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어서 플러그인이나 별도 도구가 필요합니다. REST API는 4.4에서 기반이 들어왔고 4.7에서 글과 댓글, 사용자 같은 콘텐츠 엔드포인트가 코어에 포함되었습니다. 덕분에 워드프레스를 글 관리용 백엔드로만 쓰고 화면은 Next.js 같은 프런트엔드 프레임워크로 만드는 헤드리스 구성도 가능합니다.
오래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낡았다는 평가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PHP와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오래된 구조, 수많은 플러그인이 각자의 방식으로 기능을 확장하는 생태계, 서로 다른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관리자 화면, 플러그인마다 제각각인 설정 경험이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현대적인 개발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도구와 견주면 투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오래되었다는 것은 시간에 대한 설명이지만, 낡았다는 것은 현재의 쓸모에 대한 평가입니다. 둘은 반드시 같은 뜻일 필요가 없습니다. PHP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를 쓴다는 사실 자체는 낡은 기술의 증거가 아닙니다. 중요한 질문은 오래된 구조가 언제 기술 부채가 되고 언제 안정적인 자산이 되느냐입니다. 오랫동안 호환성을 지켜온 덕분에 오래전에 쓴 글이 지금도 열리고, 오랫동안 쌓인 문제 해결 방법을 지금도 검색해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오래된 소프트웨어의 나이는 기술 부채인 동시에 자산입니다.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의 반대편에는 오래된 선택을 계속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설치한 플러그인이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거나, 과거의 커스터마이징 때문에 PHP 버전을 올리지 못하거나, 플러그인을 바꾸려는데 기존 글이 그 플러그인의 형식에 묶여 있어 쉽게 걷어내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오래된 소프트웨어를 쓴다는 것은 과거의 호환성을 자산으로 얻는 동시에 그 호환성을 유지할 책임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그 자산이 현재의 불편을 감수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는,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관리라는 숙제
물론 직접 호스팅하는 워드프레스에는 관리라는 숙제가 따라옵니다. 코어와 테마와 플러그인의 업데이트를 미루면 취약점이 열리고, 플러그인 취약점이 침해 사고의 주요 경로로 자주 지적된다고 합니다. 백업, 캐시 설정, HTTPS, 호스팅 비용도 챙겨야 하고, 플러그인을 하나씩 늘리다 보면 사이트가 무거워지거나 서로 충돌하기도 합니다. 워드프레스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블로그 운영까지 무료라는 뜻은 아닙니다. 도메인과 호스팅 비용, 유료 테마나 플러그인의 구독료, 업데이트와 백업에 들이는 시간, 문제가 생겼을 때 직접 해결해야 하는 책임까지 비용으로 본다면 실제 운영비는 월 호스팅 요금보다 훨씬 커집니다. 관리를 맡겨도 되는 매니지드 호스팅을 고르거나 플러그인을 꼭 필요한 것만 두는 것으로 부담은 꽤 줄지만, 그 선택에 들이는 시간 역시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는 비용이며, 그에 따른 책임도 운영자의 몫입니다.
글을 가끔 발행하고 별도의 관리 화면이 필요하지 않다면 Hugo나 Jekyll, Astro 같은 도구로 정적 사이트를 만드는 편이 운영 부담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정적 파일만 제공하면 공개 서버에서 관리할 동적 실행 환경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빌드 도구의 의존성, 배포 계정, 외부 서비스, 자동 배포 환경의 보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워드프레스가 맞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워드프레스가 얼마나 좋은 도구인지보다 자신의 상황에 얼마나 잘 맞는지일 것입니다. 복잡한 설정 없이 국내 독자와 소통하고 싶다면 네이버 블로그가 가장 빠른 길이고, 별도 서버 운영 없이 간편하게 글을 발행하고 싶다면 티스토리 같은 호스팅형 서비스가 편합니다. 자신만의 도메인과 콘텐츠 구조로 장기간 운영하고 싶다면 셀프 호스팅 워드프레스가 어울리고, 개발에 익숙하며 글 중심의 빠르고 단순한 사이트를 원한다면 Hugo나 Astro 같은 정적 사이트 생성기가 맞습니다. 글을 바탕으로 회원제나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로 키울 생각이 있다면 워드프레스나 다른 확장형 CMS가 후보가 됩니다. 어느 쪽을 고르든 기준이 되는 것은 도구의 유행이 아니라 이 블로그를 얼마나 오래, 어디까지 키울지라고 생각합니다. 워드프레스가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조건은 오래 운영하고, 자기 주소를 갖고, 필요에 따라 키워갈 블로그라는 데 있습니다.
도구는 글 뒤에 있을 때 가장 좋다
워드프레스가 여전히 권할 만한 도구인 이유는 오래되었는데도 쓸 만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사용되면서 축적된 것들이 여전히 쓸모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구조는 새로운 요구사항에 대응하거나 과거의 의존성을 정리해야 할 때 짐이 되지만, 이미 쌓인 글과 익숙한 작업 방식, 풍부한 확장 기능을 계속 활용할 때는 자산이 됩니다.
정적 사이트도, 플랫폼 블로그도, 헤드리스 구성도 저마다 맞는 자리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워드프레스는 처음에는 블로그로 시작하고, 필요해질 때 기능을 확장하면서 오래 운영할 수 있는 선택지로 남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가장 새롭고 편리한 도구가 무엇이냐보다, 앞으로 글이 쌓여가는 시간을 어떤 구조에 맡길 것이냐는 질문일 것입니다. 저는 “글”이 쌓이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도구라면 무엇보다도 그 “글이 쌓여가는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한 자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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