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정의되지 않음 (undefined)
내가 했던 것들. 일과 역할.
제조 분야 대기업 SI 개발 파견 근무, 1인 모바일 앱 기획/디자인/개발, 테크니컬 SEO 및 GEO 관련 작업, 데이터 크롤링·분석 등 각종 외주 작업과 함께.
이어지는 것들
2025년 1월, 저는 “앞으로 다시는 정규직으로 살지 않겠다”는 마음을 안고 퇴사를 하였습니다. 그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는 100% 유연근무, 자율 출퇴근에 풀재택까지 지원되는 곳이었고 그 덕분에 저는 매일 힘든 지옥철 생활을 하지 않아도 편하게 집에서 근무하며, 집과 회사를 오가는 시간을 줄여 퇴근 이후에 다양한 취미 활동도 이것저것 배울 수 있었습니다.
팟캐스트에는 솔직하게 얘기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저는 제가 만 나이 아닌 한국 나이(?)로 서른한 살, 여자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직무를 바꿔 개발자가 되었는데, 처음 개발자로 신입 취업에 성공했을 때 하나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3년 차에 연봉 5천을 달성하겠다.”
3년 차에 연봉 5천을 달성한다면 저는 업계에서 충분히 실력을 인정받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정말 치열하게 공부하고, 회사에 헌신하며 살았습니다. 비록 저의 노력과는 별개로 회사가 사정이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었고 제가 통제하지 못하는 영역도 많았어서 제가 예상하던 대로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 목표 하나만큼은 달성해냈습니다. 개발자로서 만 3년을 꽉 채웠을 때, 저의 연봉은 5천…을 넘어 그 액수를 훌쩍 넘긴 금액이 되어있었습니다.
남 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고, 100% 자율출퇴근 유연근무 풀재택이 지원되는 회사를 다니며 저는 여태 모아놓은 종잣돈과 빵빵한 신용(?)을 담보로 영끌 대출을 일으켜 경기도에 작은 자가도 장만했습니다. 정말로 남 부러울 것 없는 일상이었습니다. 어릴 때 저는 정말 가난한 집에서 자랐고 부모님이 막노동을 하시며 저를 키우셨는데, 그래서 어릴 적부터 저의 인생은 남들보다 훨씬 더 버겁고, 힘들고, 치열한 것만 같았습니다. 정말 힘들게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진짜로 내 삶이 안정기에 접어드는구나, 내 일상이 이렇게나 안정적인 순간도 있게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되게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여유롭게 돈을 벌고 퇴근 후엔 취미를 즐기는 삶,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행할 건덕지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 회사를 다니는 동안 너무나 불안했습니다. 불안해서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공무원 시절 겪었던 우울증으로 인한 각종 신체 증상들이 다시 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계속 몸이 아팠고,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고, 하지만 몸이 너무 아파 다음 해의 연차까지 마구 당겨 쓰면서 끙끙 앓았습니다. 저의 일상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갈수록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까지 힘들게 만드는지를 계속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일상 속에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기를 바랐고, 나의 가치를 끊임없이 세상에 증명해내고 싶었고, 내 가치를 눈에 보이는 보상으로 증명받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연봉은 좋게 챙겨받고 있었지만, 뭐랄까요, 정규직으로서 연봉을 높이는 것은 여기까지가 한계다, 지금까지 충분히 높였지만 이제 여기서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더 높이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그 때 마침 AI가 세상을 강타하기 시작했고, 회사생활에 안주하다가는 언제 갑자기 하루아침에 내가 이 세상에서 아무런 쓸모 없는 잉여인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은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사실 1년은 채워서 퇴직금까지는 챙겨 받고 퇴사하고 싶었는데, 이런 저런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제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서 결국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저는 퇴사를 하게 됩니다. 퇴사를 통보하며 팀장님께 사유로 말씀드린 것은, “다시는 정규직으로 살고 싶지 않다, 이런 형태의 삶은 나랑 안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아닌 걸 알았다면 하루라도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할 것 같았다, 회사는 나에게 너무나 좋은 곳이었고 어떤 불만이 있어서 퇴사를 하는 게 아님을 알아달라”, 그렇게 저는 제 인생 마지막 정규직을 뒤로하고,
“프리랜서”를 선언하며 시장이라는 야생의 정글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후회하는 순간도 많습니다. 이렇게 세상 살기가 힘겨울 줄 알았으면 돈 많이 받던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더 돈을 모으고 나왔을 텐데….. 하지만 적어도 그 때보다는 정신도 육체도 건강합니다. 이미 집을 사버린 터라 다달이 주택대출 상환으로 나가는 고정비가 꽤 크고, 그 외에도 불안정한 수입 탓에 돈에 쪼들리는 날들이 많고, 급하면 당장 신용대출에 카드론까지 끌어다 써야 하는 날들도 많고,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고,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도 아까워 카누를 최저가로 대량 구매하는 삶이지만 그래도 그 때보다는 정신도 육체도 훨씬 건강합니다. 저는 그냥 태생이 불안한 환경에 놓여야 심신이 안정되는 그런 인간인가 봅니다.